-나주 학산리 청동습지

ㆍ달뿌리풀·물억새·고마리… 그 많던
목숨들 어디 갔나

어! 습지가 어디 갔나. 갈급한 동식물을 살리는 ‘생명의 오아시스’가 4대강 사업의 광풍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달뿌리풀, 물피, 고마리, 물억새 등이 분포하고 마름군락, 털물참새피군락, 고마리군락, 줄군락 등이 터전을 잡고 있는 청동습지(62만4430㎡)가 삭막한 공사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청동습지는 광주와 전남 나주시를 아우르고 있는 대규모 습지다. 2009년 8월만 해도 뭇생명의 보금자리였던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습지(위쪽 사진)는 철근 콘크리트매몰돼 버렸다.

정부는 ‘4대강(영산강) 살리기 사업’이라 하지만, 과연 무엇이 ‘살리기 사업’인가.



-.사라진 여주 바위늪구비 습지


강이 신음하고 있다. 불도저와 덤프트럭에 물길이 막히고 바닥이 파헤쳐지고 있다. 강변 숲이 베어지고 강줄기가 동강 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남한강의 아름다움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오던 경기 여주군 강천면의 바위늪구비 습지(왼쪽·2009년 9월 촬영)는 이제 삭막한 황무지(오른쪽·2010년 5월 촬영)로 변했다. 오월의 신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야생식물 단양쑥부쟁이는 다른 곳으로 서식지를 옮겨가야 했다. 훗날 역사는 이 현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파괴되는 안동 구담습지


구담습지는 낙동강 중·상류 지역인 경북 안동시 풍천면 기산리 구담교와 광덕교 사이 4㎞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희귀 동식물이 대거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 피라미·납자루 등 토종어류가 수초와 수변식물, 유속이 빠른 여울과 느린 웅덩이 사이를 오가며 살던 곳이다. 황조롱이·수달·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생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곤 했다.

하지만 구담습지의 그런 모습(왼쪽·2009년 7월 촬영)은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됐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습지 주변은 공사장 트럭과 중장비들이 다니는 황톳길로 변했다(오른쪽·2010년 5월 촬영).

--나주 죽산리 농경지

논은 곡식을 생산하는 식량창고이면서 자연생태계에 귀중한 또 하나의 습지다. 우리나라는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논 습지의 생물다양성 보전·증진에 관한 결의안을 발의해 채택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런데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의 농경지(왼쪽·2009년 7월 촬영)는 4대강 공사가 진행되면서 습지로서의 기능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까지 논이었던 이곳은 강바닥에서 퍼낸 준설토 등에 뒤덮여 황폐한 진흙땅으로 변했다(오른쪽·2010년 5월 촬영). 이곳에 공사 중인 죽산보가 들어서면 이 일대는 물에 잠길 위험이 높다는 게 대한하천학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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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사업비는 수공에, 준설토 처리는 지자체에 떠넘겨
ㆍ국가재정법·하천법 등 6개이상 현행법 줄줄이 위반


4대강 사업이 현행법을 대거 위반해 초법적인 상태에서 10일 본격 착공된다.

국회 승인을 받지 않은 근거 없는 예산 사용을 비롯해 환경·문화재 조사 무시, 예산 떠넘기기 등 헌법은 물론 국가재정법·하천법·수자원공사법 등 6개 이상의 현행법을 줄줄이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우선 각 공구별로 3000억원 내외의 공사비가 드는 4대강 사업을 국회가 예산 심의도 하기 전 ‘턴키 방식(설계·시공 일괄발주)’으로 입찰하고 사업자를 선정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6월 4대강 사업 12개 공구별로 각 1억원씩 12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곤 모두 3조3009억원 상당의 대규모 공사를 긴급 입찰하도록 조달청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지난달 1일 3조320억원에 시공사를 결정했다. 3조320억원의 공사 입찰을 하는 데 0.03%에 불과한 ‘단돈’ 12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예산안에는 4대강 사업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아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은 범위 안에서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55조와 국가재정법 제23조을 무시했다. 대규모 공사를 국토부와 조달청의 ‘자의적 판단’으로 미리 입찰부터 실시한 초법적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또 지난 3월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시행령(제13조 2항 10호)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 시행령은 대형 국책사업의 졸속 추진을 막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도록 돼 있는 국가재정법의 위임 범위와 한계(제38조 1항)를 넘어선 것이다.

4대강 사업의 무리한 강행을 위해 상위법인 국가재정법에 배치되는 시행령을 만든 격이다.

4대강 사업은 하천법의 여러 조항을 무시했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4대강 종합정비 기본계획’도 하천법에 명시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 등 상위 계획을 위반해 추진된 것이다.

4대강 사업을 하천기본계획에 반영했지만 ‘유역종합치수계획은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의 범위 안에서 수립돼야 하며 하천기본계획의 기본이 된다’고 규정한 하천법 제24조에 위배된다.

‘떠넘기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4대강 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준설토 처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는데 이는 4대강 등 국가하천의 경우 국토해양부 장관이 관리하도록 규정된 하천법 제8조를 위반한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하천법 시행령에 지자체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아직 입법예고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또 정부는 2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 중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전가했다.

정부가 떠넘긴 것은 하천공사대행의 범위를 정한 하천법 제28조와 동법 시행령 28조를, 수공이 4대강 사업 시행을 떠안은 것은 하천법 9조를 각각 위반한 것이다. 수공이 4대강 사업의 실시계획 승인에 대해 지자체와의 협의 절차를 건너뛴 것은 수공법(제1조 3항) 위반이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밀어붙이면서 환경과 문화재 보호 문제는 소홀히 되고 있다. 문화재위원회가 지표조사를 통해 수중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한 112곳 중 지난 7월 현재 수중조사가 실시된 곳은 27곳에 그쳤다.

준설 대상인 하천을 조사하면서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할 수중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문화재보호법 제91조를 어긴 것이다.

또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하천공사 실시설계에 반영되지 않아 환경영향평가법 19조를 위반했다.

원문보기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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