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모행렬 '촛불'로 이어질까 전전긍긍
경찰 '통제'에 추모 시민들 분노... 곳곳에서 경찰에 항의 "국민으로서 모멸감 느낀다"

  
24일 오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덕수궁 주변을 경찰이 수십대의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하고 봉쇄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덕수궁 주변을 경찰이 수십대의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하자, 시민들이 경찰버스 사이 틈으로 힘들게 지나다니고 있다.
ⓒ 권우성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거 정말 해도 너무 하잖아! 책임자 나와! 왜 조문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거야! <조선일보> 보호가 전직 대통령 추모보다 중요한 일이야! 빨리 통제를 풀든가, 시민들을 보호해주든가 해!"

 

환갑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한 노인은 경찰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추모 행렬을 봉쇄하는 경찰버스는 굳건했고,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경찰은 눈물을 훌쩍이는 시민 추모 행렬 바로 옆에서 "대열정비!" 등을 외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24일 서울 덕수궁 일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원천봉쇄에 가까운 경찰의 추모 '통제'에 시민들의 분노가 조금씩 끓어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은 이날 노 전 대통령 거리 분향소가 차려진 덕수궁 일대를 비롯해 서울 시내에 104개 중대 약 1만 명 가까운 병력을 배치했다. 특히 경찰은 덕수궁 대한문 일대를 이중 차벽으로 에워쌌다. 뿐만 아니라, 덕수궁과 가까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물대포를 배치하기도 했다.

 

거리 분향소와 거리가 한참 떨어진 <동아일보> 앞은 물론이고 광화문 세종로 일대에도 경찰버스와 병력을 배치했다. 한 마디로 광화문 일대는 지금 어디를 가나 경찰이 한 가득이다.

 

이처럼 현재 경찰은 가까스로 잡은 촛불이 다시 타오를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임시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몰려드는 가운데 인근 동화면세점앞에 경찰 살수차가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임시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몰려드는 가운데 인근 청계광장이 경찰버스 차벽과 병력으로 봉쇄되어 있다.
ⓒ 권우성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인 2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시민 분향소가 경찰버스로 둘러싸인 가운데 시민들이 종이 박스로 안내판을 만들어 경찰버스 백미러에 달았다.
ⓒ 안홍기
노무현 서거

작년 촛불이 시작된 청계광장을 비롯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벌써 완벽하게 통제됐다. 이곳에는 고양이 한 마리 들어갈 수 없는 모양새다.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에서 서울광장 쪽으로는 아예 나가지도 못한다. 경찰이 입구를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 출입이 막힌 시민들이 대한문으로 몰리면서 이 일대는 극심한 혼잡을 겪고 있다. 시민들은 조문을 위해 두세 줄로 섰지만, 오후가 되면서 조문 행렬은 길 건너편 프레스센터 뒤쪽까지 이어져 있다. 이미 수천 명이 다녀갔고, 다시 수천 명이 길게 서 있다. 시민들 바로 옆으로는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달리고 있다.

 

위험한 상황이지만 질서 유지를 하는 건 경찰이 아니다. 노사모를 비롯한 자발적 시민들이다. 대신 경찰은 <조선일보> 방면과 <동아일보> 입구 쪽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격분한 일부 시민들은 "거리로 나갑시다"라고 외치고 있고, 추모 행렬 곳곳에서는 "왜 추모도 못하게 막느냐"며 거칠게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이미 오후 1시께 대한문 앞에서는 시민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 추모 분향에 동참했던 김수연(32)씨는 "정부는 겉으로는 애도를 나타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시 촛불이 시작될까 봐 노심초사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행렬을 통제하는 것 보면 정부의 솔직한 심정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영인(45)씨 역시 "어떻게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에 물대포를 동원할 수가 있느냐"며 "이명박 정부는 경찰력이 아니면 정부를 운영할 자신이 없느냐, 정말 이 나라 국민인 게 창피할 정도로 모멸감이 느껴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에서도 작년 촛불 정국처럼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다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누리꾼들은 "노 전 대통령 자살은 이명박 정부에 의한 타살"이라며 서명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탄핵' '이명박 탄핵' 등의 단어는 이미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라 있다.

 

한 마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강희락 경찰청장은 어제에 이어 24일 오전에도 국장급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현재 덕수궁 일대 경찰의 '통제'는 노 전 대통령 자살로 큰 충격을 받은 국민들의 가슴에 분노를 더해주고 있는 형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인 2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시민 분향소가 경찰버스로 둘러싸인 가운데, 분향 행렬이 덕수궁 대한문 - 지하철 시청역 지하도 - 시청 - 프레스센터 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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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문 분향소 통제하는 경찰…"슬픔이 분노로 바뀌겠다"

23일 밤늦게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거리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밤새 올려놓은 국화와 담배가 수북했다.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드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아래 "행복했습니다. 노무현 때문입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부터 대한문 앞은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분위기다. 줄줄이 이어진 긴 조문 행렬은 24일 오후 4시 현재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지하도를 거쳐 길 건너편인 청계광장까지 이어졌다.

추모 행렬이 지하도를 통과할 수밖에 없는 것은 덕수궁 인도 쪽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 때문이다. 전날 분향소 설치를 막았던 경찰은 이날도 전투경찰 9개 중대 600여 명을 배치했다.

▲ 24일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한 아이의 엄마가 아이와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손에는 국화꽃이 들려 있다. ⓒ프레시안

대한문에서 청계광장까지 이어진 조문행렬…경찰의 통제에 "세계적 망신이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슬픔을 토로했다. 조문을 위해 충청도에서 올라왔다던 이상백(45) 씨는 "충청도에서 과일 장사를 하고 있는데, 어제 소식을 접하고 오늘 오전만 가게 문을 연 뒤 오후에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할 수박과 참외가 들려 있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었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마음이 착잡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문을 마친 뒤에도 눈물을 계속 흘리던 박민지(28) 씨도 "왜 그가 죽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누가 그를 이러한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면서 "우리는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렸다"고 흐느꼈다.

분향소를 둘러싼 경찰과 추모객의 충돌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격해지고 있다. 경찰 측 관계자는 "추모하기 위해 온 시민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고, 집단적인 불상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경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민 중 한 명은 분향소에 배치된 경찰을 두고 "남의 초상집에서 뭐하는 짓이냐"며 "이러한 행동은 죄를 짓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은 "세계적 망신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시위를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조문을 위해 왔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지하도에서 1시간 넘게 조문을 위해 기다렸다는 박병권(38) 씨는 "조문을 위해 가족과 함께 왔는데 이렇게 지하도에서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대통령을 잃은 슬픔에 조문을 하러 왔다가 경찰의 행동을 보고 울분만 쌓여간다"며 "우리가 전문시위꾼이라도 이렇게까지는 안 하겠다"고 분노했다.

▲ 경찰과 대치 중인 시민들. 경찰은 이날 서울 시청광장과 대한문 쪽을 연결하는 신호등 쪽 차도만 전경버스로 막지 않고 경찰 병력으로 막았다. 시민들은 왜 경찰이 이곳에 있느냐며 나가 줄 것을 요구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프레시안

시청광장도 이틀째 봉쇄…이강래 대표도 경찰과 잠시 대치

경찰은 시청광장도 이틀째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시청광장으로 통하는 지하철 출입구도 모두 통제됐다. 이로 인해 이날 조문을 위해 분향소를 찾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도 경찰과 대치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청광장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시청역 5번 출구에 도착한 이강래 원내대표는 자신과 같은 당 국회의원을 막는 경찰에게 "분향소 설치 장소를 보러 왔다"며 "경찰이 안내해주면 조용히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시청광장은 지침상 들어갈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길을 막는가"라고 항의했고 이강래 원내대표는 "막는 것만으로 질서유지가 되지 않는다"며 길을 열어줄 것을 종용했다. 결국 경찰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이강래 원내대표를 포함 10명이 채 되지 않는 국회의원들만 시청광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찰의 시청광장 봉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분한 추모행렬, 경찰이 무리수 둬 막으면 분노로 폭발될 것"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행렬에 대한 경찰의 지나친 통제가 자칫하면 현 정권에 대한 분노의 물결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 국장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안타까워 추모를 하겠다는데 국민의 의사 표현 전부를 봉쇄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현 정부는 그마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시민들은 차분하게 추모를 하자는 분위기인데, 경찰이 자꾸 무리수를 두면 시민들의 슬픔이 이보다 더 큰 분노로 확산될 수 있다"며 "이러한 우를 범하기 전에 경찰이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덕수궁 돌담길에 길게 줄지어 있는 시민들. 이들 옆에는 노사모를 상징하는 노란색깔의 리본이 끈 위에 묶여 있었다. ⓒ프레시안

▲ 분향소를 찾은 수녀. ⓒ프레시안

▲ 이날 시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하는 말을 노트에 적었다. ⓒ프레시안

▲ 노란색 리본에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고 있는 한 시민. ⓒ프레시안

▲ 이날 조문 행렬은 청계광장까지 이어졌다. 서울 프레스센터 건물 앞에서 조문을 위해 줄지어 있는 시민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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