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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주적에 해당되는 글 3건
- 2010/02/09 작가회의 ‘굴욕적 지원’ 거부
- 2008/12/20 "뉴라이트는 왕조시대 '正史'의 부활을 꿈꾸는가?"
- 2008/12/13 MB, 또 국제적 웃음거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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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다른 문예단체들 동참 뜻 파문 확산될 듯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일남)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예진흥기금 지원조건으로 ‘시위 불참 확인서’를 요구한 것과 관련(경향신문 2월6일자 1면 보도), 이를 취소하라고 밝혔다. 작가회의와 함께 확인서 제출을 요구받은 민예총 대구지부도 이를 거부키로 하는 등 다른 문예단체들도 동참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가회의는 “예술위가 예술단체에 대한 검열과 길들이기를 통해 비판적 사유와 창조적 역량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한국의 대표적 문인단체에 대해 굴욕적인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은 그 발상 자체가 예술에 대한 무지이며 창작의 자유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위는 지난달 19일 올해 문예진흥기금 지원 대상 가운데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된 작가회의와 민예총 대구지부 등에 공문을 보내 “불법 시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향후 불법폭력 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반환은 물론 관련된 일체의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다.
작가회의는 “불법폭력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촛불집회에서 촛불과 관련된 시를 적어 시민들에게 나눠준 것이 전부”라면서 “광우병대책위에 소속된 1800여개의 단체를 모두 불법 과격 폭력단체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작가회의는 계간 문예지 ‘내일을 여는 작가’ 발간에 2000만원, 세계 유명작가 초청 교류 행사인 ‘세계 작가와의 대화’ 개최에 1000만원, 4·19 50주년 세미나 개최에 400만원 등 총 3400만원을 지원받기로 했으나 확인서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지금까지 통권 57권을 내온 ‘내일을 여는 작가’는 올해 봄호를 끝으로 정간될 위기에 처했고, 가라타니 고진·위화·모옌 등 세계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교류해오던 ‘세계 작가와의 대화’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도종환 사무총장은 “현 정부의 경제적 통제에 의해 문예지가 정간되고 15년간 계속돼 오던 국제 문학 교류 행사가 중단되는 것”이라며 “해외 작가와 문인단체에 정부의 탄압에 의해 교류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리고, 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정부의 반문화적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는 등 문학적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오는 20일 총회를 열어 다른 문예단체 및 시민단체와의 연대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북도청으로부터 확인서 제출을 요구받은 민예총 전북지부도 조만간 대응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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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역사 교육 '분서갱유'
역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역사학자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생물학에 관한 지식은 생물학자에게, 경제학 문제는 경제학자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2008년 대한민국에서는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을 역사학자가 아닌 다른 전공의 학자와 정치가가 주도하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교과서 검정 권한을 가진 교육과학기술부가 역사 교과서 내용을 첨삭 수정하고, 교장 인사권을 쥐고 있는 시·도 교육청이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만약 이 같은 처사가 옳다면, 대한민국에 있는 대부분의 역사학자나 역사 교사는 불필요한 존재가 된다. 도대체 정부가 역사학자와 역사 교사가 함께 집필한 역사 교과서 대신에 비역사 전공자가 쓴 이른바 '대안 교과서'를 더 신뢰한다면, 대한민국에 있는 대학의 역사학과와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는 문을 닫아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특정 역사 교과서 탄압과 그 교과서 집필자에 대한 '마녀 사냥'은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비견될 만하다. 도대체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이 같은 야만적인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가?
왕조시대 正史로서 역사 교과서?
| ▲ <뉴라이트 비판>(김기협 지음, 돌베개 펴냄) ⓒ프레시안 |
"뉴라이트 역사관의 근본적 문제는 무엇보다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만 본다는데 있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가 맞다. 그러나 그것만인 것이 아니다. 이기적 성향을 어느 정도씩 가지고 있지만, 그 밖의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행동이 좌우되는 존재가 인간이다. 다른 요인을 일절 돌아보지 않고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만 본다면 사회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볼 수밖에 없다. (…) 강자가 군림하는 사회를 뉴라이트는 만들고 싶은 것이다." (10쪽)
뉴라이트는 한국이 강자가 군림하는 사회가 되면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파시즘을 꿈꾸는가? 결코 아니다. 그들은 파시즘과는 정반대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신봉자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민족주의를 단연코 배제한다. 단지 하나 걸리는 것은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운다는 사실이다.
파시즘은 근대를 수단으로 해서 반근대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 독일 나치즘은 근대를 지양할 목적으로 프로파간다와 대중독재라는 근대적 수단을 사용했다. 이에 비해 뉴라이트는 국가 권력을 전 방위적으로 동원하는 파쇼적 수단으로 자본주의 문명화를 목표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근대적이다. 그럼에도 뉴라이트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근대의 원칙을 역사 교육에 적용하는 방식은 너무나 전근대적이다. 그들은 왕조시대의 정사(正史) 개념으로 근대국가의 역사 교과서를 이해한다. 왕조를 위해 좋은 역사가 올바른 역사이듯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옹호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역사만이 역사 교과서로서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민주적이고 반시장적인 뉴라이트 역사 교육관
뉴라이트 역사 교육관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와 모순된다. 자유민주주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해서 성립한다. 각 개인의 다른 생각을 공론의 장에서 펼칠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되면 자유민주주의는 사멸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주장의 옳고 그름을 의견의 시장인 여론을 통해 여과하는 정치체제를 지향한다.
원칙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역사 교과서는 자유발행제가 돼야 하며, 어떤 역사 교과서를 선택할 것인가는 자유로운 시장, 곧 교육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국가가 교과서 서술의 지침을 제시하고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이 특정 교과서를 선택하지 말 것을 강요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 같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어떤 근거로 뉴라이트는 자신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신봉자들이라고 주장하는가? 김기협은 인간 관계는 결국 이기심에 의거해서 구성된다고 보는 신자유주의 인간관과 자본주의 문명관을 그들이 견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적자생존 원칙에 따라 승리한 자가 성공한 삶을 산 것이며, 역사 교과서는 그런 삶을 영위한 사람들의 관점에 입각해서 기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건설을 둘러싼 노선 투쟁에서 이승만이 승리하여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박정희 주도아래 근대화 혁명이 성공을 거뒀다는 결과에 근거해서 역사 교과서 서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최갑수 교수 말대로, 역사 교육은 개방된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계시민 교육을 하며 나아가 사회 비판적 안목을 형성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가진다.
반면교사로서 역사
역사교육의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요청되는 것이 다양성이다. 적자생존은 진화의 가시적인 현상일 뿐, 본질은 다양성의 확대다. 생물종의 다양성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유전자 풀(pool)을 늘려가는 과정이 진화다. 역사란 흔히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한다. 이 말뜻은 따르거나 되풀이해서는 안 될 나쁜 본보기로 과거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승만과 박정희가 이룩한 빛나는 업적으로 그들이 한국 현대사에 드리운 어둠을 은폐하는 역사 교과서는 반면교사가 될 수 없다.
뉴라이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해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했다"는 연설을 함으로써 대통령 스스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 시대 독립 투쟁을 벌였던 애국지사의 자손들은 비참하게 사는 데 일제 협력자의 자손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으며,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희생당한 사람들의 명예회복은 아직까지 안 됐는데 독재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계속 권력 가까이에 있는 승자의 역사를 성공한 역사로 옹호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역사의식인가?
사마천 이래 역사가들은 "역사는 과연 정의로운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했다. 실제 역사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못한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이 객관적 역사 서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실증사학은 승자 중심의 역사를 탈피할 수 없다. 사마천은 천하의 나쁜 도적은 호의호식하며 천수를 누리고 살았지만 백이와 숙제는 굶어죽는 역사가 과연 천도(天道)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회의했다. 그럼에도 그가 궁형을 당하는 치욕을 무릅쓰고 역사를 썼던 이유는 현실의 부조리를 역사로 기록함으로써 현실이 결핍하고 있는 천도를 역사 서술로 보상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역사가란 실제 일어난 역사의 불의를 역사서술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역사의 정의를 구현하는 일을 소명으로 여기는 사람이어야 한다.
역사란 나의 존재와 인식을 시간적·공간적으로 확대하려는 인간적 노력이다.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실패를 낳을 수 있으므로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가 될 수 있고, 어제의 실패가 오늘의 성공을 낳음으로써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가르치는 것이 역사다.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 어제의 지식으로 오늘의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개발독재를 21세기에서도 할 수 있다고 믿는 정치가가 대한민국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변화하는 것은 역사다. 고로 모든 것은 역사다." 하지만 특정 관점과 이데올로기에 의거해서 변화를 보지 못하거나 막는다면 모든 것을 역사로 만들 수 없다. 사마천은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여 어제와 오늘의 변화를 통달하는 것을 역사서술의 목표로 삼았다. 오늘의 역사 교육이 이 같은 역사의 높은 이상과 도덕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역사는 더 이상 삶의 스승이 될 수 없다.
21세기 '환경 시대'로의 전환을 위한 역사 교육
신자유주의 인간관과 더불어 문제가 되는 것이 뉴라이트는 한국 근·현대사를 자본주의 역사의 관점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제 식민지 시대가 한국 자본주의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로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21세기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인류가 계속해서 자본주의 문명을 향한 '돌진적 근대화'로 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문명화를 위한 '성찰적 근대화'로 방향전환을 해야 하는가?
독일의 바이츠제커(E. U. von Weizsäcker)는 20세기가 국민국가가 주도하는 '경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전지구적 정치가 요청되는 '환경의 세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세기 '경제 시대'의 방식대로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경제 개발을 한다면, 인류의 멸망은 시간문제다. 2007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세계경제포럼(WEF)의 참석자들도 인류가 직면한 최대 문제로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꼽았다. 이제 역사의 화두는 무한한 경제 성장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이 돼야한다. 이 같은 세계사적 보편성에 입각해서 21세기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역사 교과서를 집필해야 한다.
끝으로 나는 뉴라이트가 제기한 문제들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정당하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은 잘못 태어난 국가라는 원죄의식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내전이 헤게모니 투쟁이 아니라, 21세기 한국인 정체성을 결정하는 코드가 민족인가 국가인가와 대한민국이 어디로 향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 정립을 둘러싸고 벌이는 역사 담론 투쟁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역사의 정치화'를 지양하고 '정치의 역사화'로 나갈 수 있도록 역사학자와 역사 교사들에게 논쟁의 주도권을 되돌려 줘야 한다. 이래야 비로소 대한민국 역사 교육의 정상화가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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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과 시위에서 살인도 없었고, 방화도 없었다. 일부 폭력 행위가 있었지만, 그것은 경찰과 사용자 측의 폭력에 맞선 정당방위의 성격이 컸다. 파업 조직 과정과 절차는 노조 조직 규정이나 노동법으로 큰 하자가 없었다.
그런데 파업을 이유로 노조 지도자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결정 철회, 그리고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주장하며 파업과 시위를 벌인 민주노총 지도부 이야기다.
노동운동 지도자들, 줄줄이 감옥행
| ▲파업과 시위에서 살인도 없었고, 방화도 없었다. 일부 폭력 행위가 있었지만, 그것은 경찰과 사용자 측의 폭력에 맞선 정당방위의 성격이 컸다. 파업 조직 과정과 절차는 노조 조직 규정이나 노동법으로 큰 하자가 없었다. 그런데 파업을 이유로 노조 지도자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있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정부는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는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국민의 삶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국가정책이 노동자들의 파업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낡아빠진 신념에서는 변호사 출신의 노무현과 자본가 출신의 이명박이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러한 노무현과 이명박 정부의 논리는 우리가 누는 똥이 우리가 먹는 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만큼이나 웃기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 노동자 삶에 바로 영향 미쳐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일부 산업은 이득을 보고 일부 산업은 손해를 본다고 주장해온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여기서 손해를 본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에 해당되는 경제 활동이 어렵게 되어 그 종사자의 삶이 불안해지고 악화된다는 말이다.
특히 한미 FTA의 긍국적 목표인 금융 자유화가 어떤 결과를 불러 왔을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가 2000시대를 맞아 내심 자랑스러워 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가 3000시대를 약속했던 때인) 2007년에 시작된 미국 발(發) 금융위기가 지금 어떤 참상을 불러오고 있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파업, 뭐가 잘못 됐나
미국과의 FTA와 동전의 양면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은 또 어떤가. 대한민국의 검역주권을 미국 정부와 축산업자에 팔아넘긴 꼴인 '매국노' 정책에 반대해서 국가 주권과 국민 건강, 실제로는 노조원의 주권과 노조원의 건강을 지키자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가 왜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그 수입 쇠고기로부터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당사자들의 결사체가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인 단체행동(collective action)을 통해 수입 절차와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왜 문제란 말인가.
민주노총만큼 비정규직 옹호한 조직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지원하기 위한 파업과 시위도 그렇다. 지금까지 정부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이익 대변에는 관심도 없는 '귀족 노동자'의 조직이라고 비난해왔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급급해온 대한민국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른바 "진보좌파" 정당과 지식인을 포함해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민주노총만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조직이나 단체가 있었던가.
"진보좌파" 진영 일각에서조차 민주노총을 "정규직 노조운동"이라고 비난하는 세태지만, 민주노총과 그 산하 노조만큼 비정규직을 위해 돈을 모으고, 시위와 집회를 조직하고, 파업을 벌이고, 연구와 조사를 하고 정책을 만드는 집단이 대한민국 사회에 어디 있었는가.
이명박 정부, 국제 노동계의 웃음거리로 전락
지금 국제노동계에서 민주노총 지도자, 특히 이석행 위원장을 붙잡아 옥에 가둔 이명박 정부의 처사가 웃음거리로 되고 있다.
한국 보건의료노조 활동가들과 영국의 전국민 무상의료제도인 국민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를 알기 위해 머물고 있는 이곳 런던과 맨체스터에서도 만나는 노조간부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노조원 130만 명을 가진 영국의 공공노조 유니손(UNISON)에서 상근하는 린 모리스(Lynne Morris) 운영국장은 "영국에서 노조 간부가 파업을 이유로 체포된 것은 1980년대 초 반노동자 정부인 대처 수상 시절에 잠깐 있었을 뿐"이라며 파업을 이유로 노조 지도자를 감금하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제조업 망하길 바라면 영국의 대처를 따라하세요"
영국 국민은 대처를 훌륭한 지도자로 기억하지 않느냐고 같은 노조에서 일하는 마이크 잭슨(Mike Jackson) 단체교섭 국장에게 물어보았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그녀가 많이 아프다던데 영국 국민 가운데 얼마나 애정을 갖고 슬퍼할까요. 영국 경제를 망친 실패한 지도자라는 평가가 훨씬 많습니다"라고 민심을 전해주었다.
"1980년대 대처 수상이 민영화와 반노조 정책으로 영국 경제를 살렸다"고 믿는 사람이 한국에는 많다고 말하자, 잭슨 국장은 질색하며 반론한다.
"한국의 제조업이 망하길 바라세요? 그럼 대처를 따라하세요. 대처의 경제정책 덕분에 영국의 제조업이 무너졌습니다. 반노조 정책요? 물론 노조가 경직되고 이익집단 기능만 고집했던 시절이 있었죠. 그렇다고 노조를 약화시켰더니 어떤 결과가 빚어졌는지 아세요. 반민주적인 정부 정책에 맞설 세력이 사라져 결국 부자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죠."
"영국에서 노조를 약화시켰더니 부자만 좋아지더라"는 잭슨 국장의 분석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 교수가 <미래를 말하다>에서 미국 경제를 분석하며 주장한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
국제노총, 진상조사단 파견 논의
세계 각국 노총들의 상급단체인 국제노총(ITUC)은 지난 8일 가이 라이더(Guy Ryder)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내어 이석행 위원장의 체포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국제노총은 성명에서 경찰병력이 민주노총 건물을 에워싸고 노조간부 체포를 이유로 개인의 사유재산에 들어가 가족을 수사하고 가택을 수색하는 데 항의하면서 "이석행 위원장의 체포는 결사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한국의 국제적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이석행 위원장을 즉각 석방하고 노조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모두 철회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노총은 진상조사단을 신속하게 구성해 한국에 파견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반민주적 정책에 항의하는 파업 조직은 노조의 의무
자유무역협정이나 비정규직 문제처럼 사회적 낙오자와 경제적 패자를 양산하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 그리고 파업을 조직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반민주적인 정부 정책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해친다고 믿는 사람들이 정부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파업을 벌이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노동조합 지도자를 (살인, 방화, 약탈이 수반되지 않은) 파업 조직을 이유로 붙잡아 감옥에 가두는 정부는 존속할 이유가 없다. 국민적 저항과 국제 사회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부자를 위한 정책을 고집하며 노동조합 지도자에 대한 체포와 구금을 계속하는 정부라면 국민의 힘으로 타도(打倒)해야 한다.
정권 기반인 경북에서도 민심이반 커져
영국에 오기 전 경북 포항 인근 지역인 고향에 들렀다. "대통령 잘못 뽑았네. 서민 위할 줄 알았더니 하는 짓마다 꼴통 짓이네. 표 찍은 손가락 잘라 금호강물에 던져버리지도 못하고" 운운하는 한탄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정책에 대한 불만이 조직 노동(organized labor)과 대선에서 그를 뽑은 대도시 중산층은 물론 한나라당 정권의 근거지인 영남 지방에서도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반노동 정책이 계속될 경우 이명박 정권에 보수적 노선을 견지해온 한국노총조차 '정책연대'를 철회할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채무기간 만기, 대학가의 졸업 시즌, 노동조합의 임금투쟁이 맞물리는 2009년 봄에 경제위기가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경제위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위기는 정치위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민주노총 탄압한다고 정권이 순항할까
정치위기가 발생한다고 해서 야당이나 노동운동의 사정이 더 나아지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사정은 더욱 불안정해 질 게 뻔하다.
경제위기가 국민을 결속시킬 수도 있고, 국민을 대립시킬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국민과 대립하는 것이었다. '강부자'에 기반한 정권의 속성상 국민과 대립각을 세우는 정책에 대한 고집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바뀌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어디일까. 노동운동 지도자를 감옥에 처넣고 노동운동에 선전포고를 한 이명박 정권 스스로 고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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