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장애인·결손가정은 불행’ 편견 조장
ㆍ직업 고정관념 여성 차별 내용 수두룩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163쪽) ‘세계의 불행한 어린이를 돕자’는 ‘불행한 어린이’에 소녀가장·장애아·고아를 열거해놓고 있다. ‘장애, 고아=불행’이라는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다.

초등 6학년 영어 7단원 ‘직업카드’ = 의사·조종사·경찰은 남성, 교사·간호사는 여성


현행 초·중·고 교과서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차별적 내용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초·중·고교 교과서 집필자·편집자들과 ‘인권 친화적 교과서 도입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교과서의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했다.

중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151쪽)는 명절문화 개선을 소개하면서 “음식준비, 손님맞이 등으로 고생하는 여자들을 배려하여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고 서술하고 있다. 명절 음식준비는 여성의 역할임을 전제하는 성차별적 서술이다.

중등 2학년 도덕 61~62쪽 = 한쪽 집단을 일방적인 가해자나 문제 유발자로 서술


초등학교 6학년 영어 7단원 직업카드에는 의사·조종사·경찰은 남성, 교사·간호사는 여성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ㄱ 출판사, 108쪽)에는 국제협약 관련 각국 대표를 모두 남성으로 그려놓았다.

가정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대목도 많다. 교육과학기술부 검인정을 받은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ㅈ 출판사 249쪽)에는 ‘결손가정’이 ‘정상가정’의 반대 용어로 제시돼 있다. 같은 교과서 267쪽에는 ‘장애인’이 ‘정상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서술돼 있다.

사회적 갈등 사건의 경우 대립 집단을 대등하게 다루지 않은 사례도 지적됐다. 중학교 2학년 도덕 교과서(61~62쪽)는 그린벨트 조정안에 대한 지역주민의 입장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주장과 논리는 제시하지 않고 “그린벨트 지역주민들이…공청회를 저지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서술돼 있다.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ㄱ 출판사 105쪽)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주민들의 철도 차량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서술하면서 철도청의 노력은 부각시킨 반면 주민들에 대해서는 “많은 보상을 들이고서야 반대운동은 잠잠해졌다”고 서술하고 있다.

고등 도덕 80쪽 = 장애인과 봉사자들의 모습을 ‘도덕공동체’로 서술


중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143쪽)는 가족 건강지수를 점검하는 내용에서 ‘부부는 서로에게 자신감·자존감·행복감을 느끼도록 도와준다’는 항목을 삽입했다. 인권위 인권교육과 김철홍 과장은 “ ‘한 부모 가정=건강하지 못한 가정’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새로운 교과서는 집필단계에서부터 인권적 관점에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한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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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법 집회를 해산시킬 때에도 공권력은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는 게 원칙인데, 이번 경우 그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다는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만큼 집회 진압작전을 지휘한 경찰 간부를 문책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공식 권고다.

인권위의 이런 결정은 사건 발생 3개월 만에 내려져 새삼 눈길을 끌긴 하지만, 당시 있었던 경찰의 과잉진압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아무리 집회가 불법적이라 해도 비폭력 평화 시위대를 방패로 내려찍고 구둣발로 짓밟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음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 불법이라는 것도 허가없이 야간집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집시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니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국제앰네스티는 일찌감치 “경찰의 시위진압에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조사결론을 내리면서 집시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문제의 법이 인간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경찰은 인권위 결정에 대해 “시민 피해보다 경찰 피해가 더 크다”느니, “전경의 인권도 시위대에 의해 침해당했다”는 등의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오해한 것이다. 인권위는 공권력과 시민 중 어느 쪽 잘못이 큰지를 가려 비교형량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 공권력의 인권침해를 조사해 구제조치를 내리는 것은 인권위의 고유 임무다. 시위대의 불법 폭력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공무집행방해죄와 같은 형법을 적용하면 될 일이다.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공식 결정을 내린 만큼 이젠 정부도 달라져야 한다. 이번에도 무시한다면 한국 정부는 앰네스티의 권고도, 국내 인권위 말도 안 듣는 인권후진국이라는 손가락질을 당하게 될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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