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위의 ‘집회 불참 확인서’ 요구 일축
ㆍ다른 문예단체들 동참 뜻 파문 확산될 듯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일남)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예진흥기금 지원조건으로 ‘시위 불참 확인서’를 요구한 것과 관련(경향신문 2월6일자 1면 보도), 이를 취소하라고 밝혔다. 작가회의와 함께 확인서 제출을 요구받은 민예총 대구지부도 이를 거부키로 하는 등 다른 문예단체들도 동참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가회의는 “예술위가 예술단체에 대한 검열과 길들이기를 통해 비판적 사유와 창조적 역량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한국의 대표적 문인단체에 대해 굴욕적인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은 그 발상 자체가 예술에 대한 무지이며 창작의 자유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위는 지난달 19일 올해 문예진흥기금 지원 대상 가운데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된 작가회의와 민예총 대구지부 등에 공문을 보내 “불법 시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향후 불법폭력 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반환은 물론 관련된 일체의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다.

작가회의는 “불법폭력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촛불집회에서 촛불과 관련된 시를 적어 시민들에게 나눠준 것이 전부”라면서 “광우병대책위에 소속된 1800여개의 단체를 모두 불법 과격 폭력단체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작가회의는 계간 문예지 ‘내일을 여는 작가’ 발간에 2000만원, 세계 유명작가 초청 교류 행사인 ‘세계 작가와의 대화’ 개최에 1000만원, 4·19 50주년 세미나 개최에 400만원 등 총 3400만원을 지원받기로 했으나 확인서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지금까지 통권 57권을 내온 ‘내일을 여는 작가’는 올해 봄호를 끝으로 정간될 위기에 처했고, 가라타니 고진·위화·모옌 등 세계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교류해오던 ‘세계 작가와의 대화’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도종환 사무총장은 “현 정부의 경제적 통제에 의해 문예지가 정간되고 15년간 계속돼 오던 국제 문학 교류 행사가 중단되는 것”이라며 “해외 작가와 문인단체에 정부의 탄압에 의해 교류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리고, 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정부의 반문화적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는 등 문학적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오는 20일 총회를 열어 다른 문예단체 및 시민단체와의 연대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북도청으로부터 확인서 제출을 요구받은 민예총 전북지부도 조만간 대응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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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씨 주장 파문 
ㆍ“필화 사건… 굴복안해 충돌 불가피 할듯”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41·연세대 문화인류학 강사·사진)가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정부 비판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에 이어 정부가 본격적인 ‘비판 언로(言路) 차단’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 박사는 1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일 정부 고위 인사로부터 정부 비판 글을 자제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경고를 받기는 했지만 정부 관계자가 직접 전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청와대 홍보실에서 글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도 했다”면서 “사실상 청와대가 원 소스이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나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때도 몇 번 경고를 들었지만 ‘오해가 있으니 풀자’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이런 식으로 쓰면 곤란하다’는 식으로 경고 수위가 높았다”며 “글 쓰는 것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우 박사는 지난 5일자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이 직접적으로 문제가 된 것 같다면서 정부측 인사가 “이런 식으로 쓰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우 박사는 ‘녹색성장이라는 사기극’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녹색 본래의 의미는 ‘반핵’인데 이명박 정부는 철저하게 원자력 위에 서 있기로 선택한 것이라서 ‘녹색’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반녹색”이라며 “기괴한 토건자본의 ‘그린 워시’, 즉 녹색 이미지를 뒤집어쓰는 녹색 마케팅이 바로 녹색성장”이라고 비판했다.

우 박사는 “(경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인들의 피해가 걱정돼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내가 글 쓰는 기조가 있고 글은 계속 쓸 것이므로 어찌됐든 앞으로도 충돌은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11일 오전 1시33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필화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정권에서도 나는 청와대에 눈엣가시였는데, 본의 아니게 주변 지인들이 나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필화 사건에 대한 거의 마지막 경고를 오늘 받은 듯싶다. 모르겠다…. 감옥 보내려면 보내라…”고 적었다.

우 박사는 2006년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2007년 <88만원 세대> 등을 출간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20대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현 정부 들어서는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직선들의 대한민국> 등의 저작과 기고문을 통해 경제정책을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모니터링이 여론수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글 쓰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도록 하고 언로를 막는 흐름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정인·조미덥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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