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비핵·개방·3000’ 대북강경책 궤도 수정 가능성
ㆍ통상정책 부담…신자유주의 기조 변화할지 관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대북정책을 비롯해 경제·통상정책 등 적지 않은 부분에서 양측의 ‘방점’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궤도 수정’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로선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조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좌표 설정이나 방향 전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 북한에 대화 손길 내미나 = 오바마 행정부 출범 시 이명박 정부에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점이 대북정책이다. 북한 문제의 해법에서 ‘대화 중시·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직접 접촉 용의’(오바마 당선자), ‘선 북핵 포기, 대화 소극적’(이 대통령)으로 갈리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대화에 나설 경우 이 대통령으로선 자연스럽게 대북 강경책을 전환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김영삼 정부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뒷짐만 지고 있다가 뒤늦게 미국 측에 요청, ‘북한은 남북대화에 착수한다’는 구절을 합의문에 넣은 ‘부끄러운 전례’는 함의가 적지 않다. 더욱이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 정책’은 “목표(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 선후가 뒤바뀐 정책”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터다.

이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선언적 합의를 한 ‘21세기 미래동맹’은 향후 양국 관계를 가늠하는 또다른 잣대다. 오바마 당선자가 “과거 군사동맹에 의존했던 한·미관계를 공유 가치와 상호 이익의 토대 위에서 세워야 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을 두고 양측이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오바마 당선자의 대북정책과 대 한반도정책 등을 리뷰(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우리의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한편 북한 문제 전반은 물론 한반도 평화구조에 관한 전략적 밑그림을 마련해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자유주의 기조 유지할까 = 이 대통령이 시장·기업·성장·규제 완화·자유무역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오바마 당선자는 정부·노동·분배·규제 강화·공정 무역 등에 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띤 오바마 당선자의 통상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 부담스럽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드러나듯 자칫 무역 마찰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청와대가 “재협상은 없다”면서도 “필요하다면 보완은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추가 협의’ 가능성을 남겨둔 배경이다.

금융시장이나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둘러싼 시각 차이는 향후 다자협상 테이블에서 양측을 정반대에 서게 할 공산이 있다.

사회·교육·분배 정책의 ‘다름’ 역시 이 대통령으로선 신경이 쓰일 법하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 “오바마를 배우라”며 정부에 대한 압력의 강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임금 등에 대한 정부의 감독 강화와 파업 근로자 보호 등을 강조하는 오바마 당선자의 노동정책이나, 저소득층 교육 기회 확대와 같은 정책 역시 이 대통령에겐 ‘아픈 대목’이다.

다만 교원수행평가제 도입, 성과가 높은 학교에 대한 보조 확대 등은 오바마 당선자와 이 대통령이 보폭을 같이 하는 정책 부문이다.

<최재영기자>

출처;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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