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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공개…성적따라 교부금 차등 “행정편의적”
Posted at 2009/02/18 20:31// Posted in 인터넷과 세상보기ㆍ“60~70년대식 교육 강요” 비판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16일 공개하면서 “학력격차 해소 및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소수를 대상으로 한 표집조사로만 실시돼온 탓에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국교직원총연합회(교총)는 “미달 학생과 학교·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계획을 처음 수립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번 결과 발표가 교육계에 큰 파장을 예고함에도 교과부의 발표 방식이나 대책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통계자료의 문제다. 지역·학교별 성적만 언급될 뿐 해당지역의 소득·환경 등 변인(變因) 분석이 없어 학교 서열화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단 이번 평가는 ‘실험가동’ 차원으로 실제적인 기준점은 2009년 평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가 섣부르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교과부는 이번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2009~2010년 시범기간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 1200곳에 대해 수업·방과후·방학중 등 시기에 따라 학력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학습보조 인턴교사 채용과 멘토링 대학생용 장학금 등 학교당 5000만~1억원가량의 예산이 지원된다.
문제는 시범기간이 끝나는 2011년부터다. 각 학교에 경쟁이 본격화된다. 학업성취도 향상도를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하고 이는 다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반영된다. 학교평가에서 학업성취 향상도를 반영해 우수학교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미흡한 학교에는 불이익을 줄 예정이다.
지방의 교육재정자립도가 약한 상황에서 정부의 교부금은 지역의 교육재정을 크게 좌우한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학력 미달 학생을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시·도교육청에 대한 재정과 연계시키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며 “결국 시·도교육청이 재정 확보를 위해 학생들을 획일적인 시험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위학교별로는 2011년부터 성취도 평가결과, 2012년부터는 성적 향상 여부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성적이 나쁜 학교의 경우 ‘기피학교’로 낙인 찍힐 수 있다. 학교간 서열화를 의식한 과도한 학습경쟁도 우려된다. 특히 2010학년부터 서울에서 실시되는 ‘학교선택제’와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 등이 문을 열면 학교간 학력차이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원평가제가 ‘한 묶음’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교장이 학업성취도와 교원평가 내용을 연계할 수 있다. 향후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폐교되는 등 강력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을 추진 중인 영국의 경우 중등학교 졸업자격시험(GCSE) 성적이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에 대해 2013학년까지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문을 닫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익대 이윤미 교수는 “표준화된 시험을 부각시키면 학교 재량수업이 줄어들고 결국 획일적인 교육으로 퇴행한다”면서 “경쟁만 학습할 뿐 교육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