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를 시커먼 원유의 기름띠로 뒤덮은 참사가 벌어진 지 어제로 1년이 됐다. 기름유출로 바다와 모래밭의 생명은 죽고, 그 생명들과 더불어 삶을 이어온 주민들은 졸지에 생업을 잃었다. 그나마 국민들의 헌신으로 눈에 보이는 검은 재앙은 걷어냈지만, 여전히 바위 틈과 모래 밑에 웅크린 타르 찌꺼기들은 악몽이 끝나지 않았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지난 1년 새 태안 주민들의 삶은 보기에 안쓰럽게 여위어가고 있다. 바다를 잃은 이들에게 찾아오는 건 크고 작은 질병이요, 느는 건 한숨과 빚이라고들 한다. 가뜩이나 생계가 막막한 주민들을 더 힘겹게 만드는 것이 기약 없는 배상과 정부의 무성의다. 지금까지 모두 10여만건의 피해가 접수됐지만, 입증 서류를 갖춘 2225건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 청구돼 53건만 배상금이 지급됐을 뿐이다. 배상은 더디고 정부의 지원도 지지부진하다는 뜻이다.

태안 주민들은 시간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바다의 자정능력이 살아나 언제 생명이 돌아올지 알 수 없고, 해양오염 사고의 피해배상 절차 또한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하지만 빚을 내 생활하는 피해주민들은 기약 없는 그날까지 버틸 힘이 없다. 정부는 배상이 이뤄지기 전에 지원을 서둘러야만 한다. 내일이면 늦는다. 해양오염 사고 때 각국 정부가 우선 피해주민을 지원하고, 나중에 IOPC와 가해자의 배상금으로 충당하는 국제관행이 자리잡은 것은 그래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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