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속초지역 경제 큰 축…2개업체만 명맥 이어 남은 업체도 이전 검토…한때 여성근로자들 넘쳐


60년대~80년대까지 속초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했던 청호동의 ‘조미공장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주민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찾은 새주소명인 ‘조미공장길’. 100여m 길이의 ‘조미공장길’에는 생산 공정에 가쁜 숨을 토해 내는 기계소리 대신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90년대까지 설악권 경제를 주도해 왔던 수산물가공업체에는 한창 바쁘게 움직여야 할 근로자들의 모습은 간데 없고, 굳게 잠긴 녹슨 철문만이 현재 ‘조미공장길’이 처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었다.
가동이 중단된 일부 공장 건물들은 유리가 파손되고 외벽이 부서진 채 폐허로 방치되고 있었다.한 때 매일 출·퇴근 시간마다 1,300여명의 종업원들로 붐볐던 ‘조미공장길’은 이제는 마을 노인들이 늦가을 오후 햇살을 쬐는 한적한 골목길로 변했다.
지금은 대북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주)성진상사와 국내 내수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젓갈제조업체가 ‘조미공장길’의 옛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나, 성진상사는  현재 부지 조성공사가 진행중인 대포제2농공단지가 완공되면 이곳으로 옮겨갈 의사를 보이고 있어, ‘조미공장길’의 명맥이 거의 끊어질 운명에 놓이게 됐다.
‘조미공장길’이 속초지역의 경제를 주도하게 된 것은 지난 65년 오징어 조미공장들이 들어서면서부터다. 60년대 중반 이후 큰 파도만 치면 육지로 오징어가 밀려 왔을 정도로 오징어가 대풍을 이루면서 이곳에 하나 둘씩 오징어 조미 가공공장이 들어서면서 ‘조미공장길’의 역사가 시작되게 됐다.
‘조미공장길’은 당시 오징어의 풍어로 가공업체가 6개 업체로 늘어나면서 75년까지 지역경제를 주도하는 호황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후 원료난으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문을 닫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주)한진상사가 80년 새롭게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다시 재중흥기를 맞은 ‘조미공장길’은 명실상부 속초를 뛰어넘어 설악권 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하게 됐다.
당시 한진상사에 고용된 종업원 수만 1,200여명이어서 출퇴근 시간에는 ‘조미공장길’은 흰색 작업복을 입은 여성근로자들의 물결로 넘쳐나는 시절도 있었다.
또 설악권지역 상인들도 ‘조미공장길’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월급날을 기다릴 정도로 이곳은 87년까지 설악권지역의 경제를 주도해 왔다.
이러한 ‘조미공장길’도 90년대 들어 2개 업체가 폐업한데 이어 2004년부터 설악권 경제를 주도해온 한진상사마저 운영난으로 경영위기를 겪다 문을 닫으면서 이곳은 이젠 역사의 뒤편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40여년간 이곳의 영욕을 모두 지켜본 주민들과 수산업가공업관련 종사자들의 마음은 더욱 착찹하기만 하다.
이규철 한진상사 회장은 “조미가공길이 한때는 설악권지역 70여만명(연인원)의 생계를 책임지고, 수출을 주도해온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조차 사라진다고 하니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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