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친MB로 굽은 소신’

Posted at 2009/09/21 08:45// Posted in 인터넷과 세상보기
ㆍ4대강·감세·한미 FTA 등 정책비판자에서 우호적 변신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1∼22일 열린다. 청문회에선 각종 의혹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와 함께,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정 후보자의 ‘변신’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정 후보자의 ‘소신 변화’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부적격·무자격 총리 후보’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0일 정부종합청사 창성동 별관의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남호진기자

정 후보자는 그동안 4대강 사업과 감세 등 현 정부를 대변하는 주요 정책을 줄곧 비판해왔지만, 총리 지명 이후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특히 경제학자로서 그간 ‘성장’과 ‘기업’에 방점을 앞세워온 ‘MB노믹스’에 대한 이견을 넘어 대립각을 세울 정도였지만,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 답변서에서는 180도 뒤바뀌거나 수정된 입장을 제시했다.

정 후보자는 “운하를 건립할 돈이 있으면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2008년 4월12일)고 할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정부가 대운하를 포기하고 4대강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을 때도 4대강 사업과 대운하의 연계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 대통령이나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대로 4대강 사업을 ‘친환경적인 강 정비사업’으로 규정하곤 “총리로 임명되면 정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챙겨나가겠다”고 오히려 사업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 전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는다”(2009년 3월7일)며 강도높게 비판했지만, 서면 답변서에선 ‘금산 일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악용’ 가능성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에 무게를 두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감세가 소비증대 효과가 없다”(2009년 4월8일)고 단언했던 감세정책을 두고는 장기성·일관성 등 전제를 달면서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7·4·7’에 대해 “정치 슬로건으로는 좋겠지만 달성하지 못했을 때 낭패감도 생각해야 한다”(2007년 9월6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반면, 이번 답변서에선 일종의 ‘목표’라는 식으로 우호적으로 해석했다. 이명박 정부가 달성하기 위해 제시했다기보다는 하나의 ‘비전’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도 크게 선회했다. “준비 없는 추진은 당초 기대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을 수 있다”(2006년 10월18일)고 줄곧 비판적이던 정 후보자는 서면 답변서에선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을 경쟁국보다 먼저 선점함으로써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달라진 입장을 취했다. “한·미FTA가 조기에 발효되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을 타국보다 빨리 선점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도 했다.

<이고은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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