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약세장서 ‘과신’…비관·낙관 전망따라 널뛰기

전세계 금융위기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보고서)로 휘청거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24일에도 GS건설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설업종이 크게 하락했고, 상승 흐름을 보이던 주식시장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객관성이 떨어지는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가 국내 주식시장에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폭락장에서조차 ‘매도’ 의견을 내놓지 않는 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계 보고서에 증시 휘청 = 프랑스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24일 GS건설에 대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액이 5조610억원에 이르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차지하는 비중도 1조4930억원이나 돼 현금흐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3만6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GS건설 주가는 이날 장막판 하한가로 급락했고, 다른 건설주들도 하락했다.

JP모건이 25일 “GS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비중 확대’ 의견을 냈지만 GS건설의 주가는 3.71% 떨어져 이틀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CLSA 보고서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의문을 표시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PF 지급보증액 중 서울지역 비중이 80% 이상인데다 9000억원가량인 지방 PF 보증액을 손실로 잡더라도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어 CLSA의 보고서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9월 이후 메가스터디, 현대중공업, LG전자,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하나금융지주 등의 주가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내놓은 부정적 보고서의 영향으로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보고서는 부정적 의견이 과도하거나 객관성에 의문이 가는 내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JP모건은 하나금융지주의 목표가를 4만원에서 1만8000원으로 낮추면서 하나금융지주의 무수익여신(NPL) 비율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보통 적용하는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아닌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을 적용해 논란을 불렀고, 금융감독원이 JP모건에 대해 구두경고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에 대한 낮은 신뢰도 ‘한몫’ = 건설업을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에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분석역량만 보면 국내 증권사보다 떨어지지만 영문으로 된 보고서가 갖는 마력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정적 보고서가 많은 것은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을 내면서도 한국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시각이 종목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 눈치를 보면서 지나치게 장밋빛 주가 전망만을 내놓으면서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n가이드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9월16일부터 11월20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보고서 4183건 중 ‘매도’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는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다보니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가 더 주목받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