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고교 현대사 특강’은 첫날부터 논란과 파행을 겪었다. 일부 극우 성향 강사들은 냉전·반공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고 개발독재를 옹호하는 등의 발언을 해 교사·학생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역사·교육학계는 전문 사학자가 맡아야 할 역사관을 비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 발언 쏟아져=이날 특강은 서울시내 고교 10곳에서 이뤄졌다. 우익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강위석 전 중앙일보 논설고문, 이석복 전 합참 전략차장 등이 첫날 강사에 포함됐다. 나머지는 물리치료학과 교수·리더십 강사·웃음치료 연구원 등이었다.

우익 인사들의 강연에서는 ‘냉전적 사고’ ‘독재 옹호’ 발언 등이 곳곳에서 나왔다. 이동복 대표는 서울 강동구 성덕여상에서 고3 학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대표는 “1945년 당시 한반도 정세에서는 ‘통일 억지’는 공산화밖에 안됐다”며 “그런 것보다는 반쪼가리 독립이라도 먼저 하는 것이 옳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불과 30년 사이에 세계 13위 경제국가를 건설했는데, 이건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결단력 있는 분이라 무리가 있더라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공해서 대한민국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효문고에서 특강을 한 강위석 전 중앙일보 논설고문은 “자유가 없는 통일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며 “당분간 이렇게 갈라진 채 사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한 교사가 ‘왜 그렇게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느냐’고 묻자 “나는 원래 개인주의자”라고 답해 학생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교사·학생 반발=특강이 진행되는 도중 일부 교사·학생들은 강연 내용을 문제삼으면서 항의성 질문을 했다. 일부 교사들은 강위석 전 논설고문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독재는 했지만 경제발전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고 하자, 차례로 일어나 “경제성과물만 보고 독재 시기의 어둠을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군 장성 출신의 이석복 전 합참 전략차장은 특강 도중 절반가량의 학생이 딴전을 피우며 경청하지 않자 “여러분이 자세가 안 좋아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난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동복 대표의 강연을 들은 학생 남모양(17)은 “경제발전이 모든 것의 최우선이라고 말하는 게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고, 정모양(17)은 “선생님 강의와 다르니까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 회원 등 10여명은 성덕여상 앞에서 항의시위를 열고 이동복 대표의 학교 진입을 막기도 했다.

7개 청소년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미친교육 반대, 학생인권 청소년연대’는 이날 역사특강 관련 회의를 갖고 특강 저지와 특강 반대 홍보 팸플릿 제작 등이 포함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서울지부 박철우 사무국장은 “지금 정권의 행태는 역사에 대한 시각을 조작하려는 것과 같다”며 “한때 일본에서 만든 우익 교과서를 전 국민적으로 반대했는데 한국에서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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