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법 집회를 해산시킬 때에도 공권력은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는 게 원칙인데, 이번 경우 그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다는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만큼 집회 진압작전을 지휘한 경찰 간부를 문책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공식 권고다.

인권위의 이런 결정은 사건 발생 3개월 만에 내려져 새삼 눈길을 끌긴 하지만, 당시 있었던 경찰의 과잉진압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아무리 집회가 불법적이라 해도 비폭력 평화 시위대를 방패로 내려찍고 구둣발로 짓밟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음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 불법이라는 것도 허가없이 야간집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집시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니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국제앰네스티는 일찌감치 “경찰의 시위진압에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조사결론을 내리면서 집시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문제의 법이 인간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경찰은 인권위 결정에 대해 “시민 피해보다 경찰 피해가 더 크다”느니, “전경의 인권도 시위대에 의해 침해당했다”는 등의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오해한 것이다. 인권위는 공권력과 시민 중 어느 쪽 잘못이 큰지를 가려 비교형량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 공권력의 인권침해를 조사해 구제조치를 내리는 것은 인권위의 고유 임무다. 시위대의 불법 폭력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공무집행방해죄와 같은 형법을 적용하면 될 일이다.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공식 결정을 내린 만큼 이젠 정부도 달라져야 한다. 이번에도 무시한다면 한국 정부는 앰네스티의 권고도, 국내 인권위 말도 안 듣는 인권후진국이라는 손가락질을 당하게 될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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