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문화부 무산 이어 또 방송사 편성권 침해
ㆍ전병헌 의원 문건 공개… 예산 40억 책정


문화체육관광부가 KBS를 통해 정책홍보 방송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정치적 중립을 무시하고 방송사를 동원, 일방적인 정권 홍보방송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청와대 홍보실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수행 지침 문건 방송통신위가 작성한 ‘2009년도 방송콘텐츠제작지원 사업수행 지침’ 문건.

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공개한 방송통신위의 ‘2009년도 방송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수행 지침’에 따르면 방통위는 40억원의 예산을 책정, 지상파방송 등의 ‘공공분야 제작 지원’ 사업에 투입키로 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23일 산하 전파진흥원을 통해 희망 사업자 모집 공고도 냈다.

방통위는 특히 “지원분야는 경제위기 극복, 신성장동력 확충, 녹색 성장 등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정부 시책”이라며 “경제 활성화와 직접 관련이 없을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가이드라인도 명시했다. 전파진흥원은 오는 13일 접수를 마감한 뒤 4월 정부 시책 홍보 프로그램 제작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 지침을 만들기 위해 방통위법상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준수 의무를 위반한 채 지난달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을 상대로 홍보 아이템 개발을 위한 ‘공공분야 전문 콘텐츠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부처 51건, 지자체 13건, 공공기관 42건 등 모두 106건의 정책홍보 기획안이 방통위에 제출됐다. 기획안 중에는 ‘법질서 바로 세우기 운동 홍보’(법무부), ‘세계는 지금 녹색 전쟁 중! 녹색뉴딜 정책’(기획재정부), ‘사회통합과 선진화를 지향하는 신국민운동 추진’(행정안전부) 등 정권·시책 홍보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병헌 의원은 “군사독재 시대처럼 정부가 정권의 의도를 담아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하고 방송사가 돈을 받아 제작하려 했다”며 “방통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방송의 독립성·편성권을 침해한 데다 방송발전기금을 편법으로 집행하려 하고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문방위에 출석한 최시중 위원장에게 이 문제를 추궁하자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답했으나 업무를 추진할 근거가 없는 전파진흥원을 통해 몰래 추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전에 정부기관 등을 상대로 홍보 수요 조사를 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실제 집행할 때는 방송사·채널 사업자·외주사가 자발적으로 정한 프로그램 내용을 외부심사위원이 심사해 선정토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전파진흥원 측도 “방송 콘텐츠 지원 사업을 할 근거는 없지만 방통위원장이 위탁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섭기자 lak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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