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범행 방법·의혹 등 일거수일투족 자료 쏟아내
ㆍ철거민 죽음엔 현장 차단·취재 거부 ‘축소급급’

군포 연쇄살인사건으로 용산 참사를 덮으려는 청와대의 ‘홍보 지침’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경찰의 군포 연쇄살인사건 당시 대응과 홍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살인 피해자가 훨씬 많았던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때와 비교해도 경찰의 언론 대응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경찰은 군포사건을 취재하는 언론에 적극 응대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지방경찰청은 피의자 강호순씨를 검거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그를 언론 앞에 세웠고, 얼굴을 공개했다. 지난해 3월 경기 안양에서 어린이 2명을 살해한 정모씨 사건 때는 ‘피의자 인권’을 내세워 얼굴 공개를 거부했다.

경찰은 ‘군포 여대생 살인사건’이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으로 확대된 지난달 30일부터 더욱 적극적인 홍보에 임했다. 경찰 수사상황, 범행 방법 및 장소, 추가범죄 의혹, 피의자 심리상황 등 수사의 모든 영역에서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경찰은 30일 수사본부 기자회견에선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프로파일러 띄우기에 나섰다. 한 프로파일러가 언론 인터뷰에서 “얼굴이 알려지면 일하는 데 지장이 있다”고 밝힌 것에 비춰보면 프로파일러의 공개는 경찰이 스스로의 금기를 어겼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은 또 강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수사본부장은 지난 3일 “범행과정을 책으로 내 아들이 인세라도 받게 하겠다”는 강씨의 말을 소개했다.

경찰은 골프장에 암매장된 네번째 희생자의 시신 발굴을 당초 이용객이 많지 않은 월요일(지난 9일)로 예정했다가 앞당겨 토요일(7일)에 실시했다.

이는 2004년 7월 21명을 살해한 ‘유영철 사건’과도 여러모로 대비된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달리 ‘유영철 사건’ 때는 모든 현장검증에 언론을 동참시키지 않았다. 수사 브리핑도 준비된 내용만 밝히고 질문은 제대로 받지 않아 취재진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경찰의 대대적인 홍보전 결과는 방송보도 수치로도 확인된다. 강씨 사건은 ‘유영철 사건’보다 2배 이상 많이 보도됐다. 유영철 사건은 검거 이튿날부터 보도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이번에는 ‘연쇄살인사건’으로 확대된 지난달 30일부터 검찰에 송치된 지난 3일까지 닷새간 방송 3사의 메인 뉴스를 도배하다시피 보도됐다.

이 같은 군포사건에 대한 경찰의 홍보와 언론 대응은 청와대의 ‘홍보 지침’과 맥이 통한다. 문제의 청와대 e메일은 “ ‘군포 연쇄살인사건’의 수사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란다”면서 구체적인 지침을 적시하고 있다. △연쇄살인사건 담당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 정보 공개 △드라마 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등을 통해 “계속 기삿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하고 있다.

<안홍욱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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