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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남용’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 촛불 1주년 집회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 지난 2일 밤 명동 입구를 경찰이 막고 있다. /강윤중기자
1.집회 불허 - 진보단체 신고마다 “폭력 우려” 금지
경찰은 진보단체의 서울 도심 집회는 무조건 불허하고 있다.
촛불시민연석회의는 지난달 22일 남대문경찰서에 5월2일 ‘촛불 1주년 촛불행동의날’ 집회를 서울역광장에서 열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폭력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금지를 통고했다.
민주노총도 같은날 서울경찰청에 5월1일 시청앞 서울광장의 노동절 기념 범국민대회를 신고했다. 경찰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치고, 이미 10개의 집회신고가 들어와 있다”며 불허했다. 민주노총은 다시 서울지역 30여곳에 집회신고를 했고 ‘허가’가 떨어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범국민대회를 치렀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장애인의날을 맞아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신고한 마로니에공원~보건복지가족부간 인도 행진도 불허했다. 지난해 장애인의날 도로행진을 허용한 것과 대조된다.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신고하는 모든 집회는 금지통고가 내려지고 있다.
2. 원천봉쇄 - 지하철 출구 막고 도로마다 방어벽
잇따른 집회불허로 합법적인 ‘의견표출의 장’을 잃은 시민들은 도심 거리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경찰은 ‘원천봉쇄’로 대응했다. 경찰이 불법시위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지난 1일 오후 6시쯤 여의도에서 노동절 집회를 마친 노동자와 시민 등 1500여명이 지하철로 이동하자 경찰은 서울메트로에 요청해 지하철 1호선 시청역을 무정차 통과시켰다. 종로3가 지하철역 출구에서는 최루액을 분사하며 시위대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양쪽이 충돌을 빚으면서 집회에 참가한 김모씨(31)가 머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2일에도 경찰은 ‘시위대 출입통제’를 목적으로 시청역 12개 출구의 셔터를 모두 내려 출입을 전면통제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서울광장에 147개 중대(1만여명), 광화문 일대에 161개 중대(1만3000여명)를 배치하고 길목을 차단했다. 당일 거리집회 참가자의 10배에 달했다.
3. 무차별 연행 - 길가던 학생·축제 참가자도 끌려가
지난 2일 밤 명동 시위에서 경찰의 자진해산 경고부터 1~3차 해산명령까지 걸린 시간은 단 9분에 불과했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도 경찰에 연행됐다.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오후 10시45분쯤 연행돼 구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대학생 오모군(19)은 “친구 4명과 함께 을지로 쪽에서 걸어오다 연행됐다”며 “함께 연행된 11명 중 서 있거나 일하다 잡힌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체험학습 숙제를 하러 ‘하이서울 페스티벌’ 행사장에 나왔다가 부모가 연행되는 바람에 서울광장에서 울고 있는 초등학생의 모습도 목격됐다. 경찰의 강경 대응은 촛불1주년 집회 이후에도 이어졌다. 4일 오전 11시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한국진보연대 등 100여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경찰 과잉진압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 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호를 외치는 등 기자회견을 빙자한 불법집회를 벌여 연행 조치했다”고 말했다.
4. 무조건 처벌 - “전원 기소”… “계엄령 수준” 비난
검찰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노동절·촛불 1주년 집회 현장에서 체포·입건된 221명 전원에 대해 기소 방침을 정했다. 4일 4명, 5일 10명이 구속됐다.
시민단체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촛불시민연석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정권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폭력으로 앙갚음하는 정권은 독재정권”이라며 “차라리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주장했다.
한국진보연대도 “집회시위의 권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원리”라며 “폭력으로 억누른다면 전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만 골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경찰이 집회의 내용을 규제해 사실상 집회 허가제로 만들어가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모든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현행 집시법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균·유정인·김지환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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